Saturday, February 11, 2017

170211 예전에 써놓은 글

스쿠버 다이빙 입문할 때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 부력 조절입니다. 배꼽을 바다 바닥에 누이고 숨을 크게 들이마셔 부동자세로 몇초 기다리면 상체부터 공기가 가득 찬 비닐 봉다리 처럼 서서히 뜨게 됩니다.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깊게 내쉬면 다시 상체부터 가라앉게 됩니다. 아주 간단하게 숨을 들이쉬고 마쉴 뿐 인데, 이 때면 나는 공기, 폐, 부력 같이 직접 만져본 적도 없는 것들의 존재를 실감하게 됩니다. 새빨간 페의 점막에 투명한 공기가 닿아 부력이라는 것이 작용하는 걸 생각해보세요.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채우는 것을 상상해보세요. 호흡 요령을 익히면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비교적 수월해 집니다. 군더더기 없이 살짝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 더듬어 본 적 없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은 그림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. 그림에 그린이의 성품이 비치는 것은 당연합니다. 그림에는 그린이가 아는 것들이 몽창 들어갑니다.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그림이 무어냐고 물으면 나는 그린이가 아는 것 뿐만 아니라 모르는 것 그리고 그 사이 간극의 모든 불명확한 것들이 다 서려있는 그림이라고 합니다. 무지와 무지의 체화는 이리 다릅니다. 그런 것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들이마쉬고 내쉬는 법을 깨우치는 것. 채우고 비우는 법을 깨닫는 것.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나를 채워놓았다가 남들에게 텅 빈 모습까지 주는 것. 그렇지만 어설픈 무결이나 작위적인 공허는 허용하지 않을 것. 나는 틈틈히 그려 나를 가득 채워 놓아야 할 것입니다. 한방울만 더 담으면 물 쏟을 바가지 처럼. 그건 그리는 사람의 성품을 곱게 유지하는 일. 그리고 어느새 다 비워 다시 상체 떠오르면 새 풍경 볼 것이고 또 그것을 담아 공허함을 채우면 됩니다. 그것은 좋은 그림을 만드는 일. 심해를 용이하게 유영하는 법을 익혀도 다시 찾아올 적막이 고될 것을 알기에 자주 허무하면서도....